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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1 19:18 수정 : 2011.11.11 19:18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올해 말까지 예정돼 있던 신규 사업들을 전면 중단한다고 어제 밝혔다. 이유는 이 기구 예산의 22%를 담당하는 미국이 이달 초까지 내기로 한 분담금 6000만달러의 지급 보류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예산의 3%를 내는 이스라엘도 지급을 중단했다. 더 많은 빚을 떠안게 된 유네스코는 사업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 무더기로 잘라내야 할 지경에 처했다.

미국의 이런 조처는 지난 10월말 이스라엘과 분쟁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네스코 정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미국은 자국이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의 유엔 및 그 산하단체 가입을 반대하고 있고, 가입을 허용하는 기구에는 재정지원을 중단하도록 법률로 정해 놓았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의 가입으로 미국의 분담금 지급은 자동 보류됐다. 유네스코는 이런 방침의 재고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무시했다. 이름 그대로 비정치적인 산하기구 가입 문제에 지극히 정치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는 자국 이해를 앞세운 대국의 횡포요, 1946년에 설립된 유네스코 창설 이념에 대한 모독이다. 교육과 문화 진흥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평화지향으로 바꿈으로써 전쟁의 비극을 막자는 이념을 헌장에 명기한 유네스코는 기초교육과 문화의 다양성 보호, 문명 간 대화 촉진 등을 주요 활동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자해독률 향상, 의무교육 보급, 세계유산 등록·보호, 문화다양성 촉진, 빈곤 퇴치, 남녀차별 해소 등의 작업을 벌여 왔다. 팔만대장경판이나 고궁과 조선왕릉, 훈민정음 등을 인류의 유산으로 지정한 곳도 유네스코다.

지난달 말 유네스코 회원국들은 찬성 107, 반대 14, 기권 52의 압도적 다수로 팔레스타인의 가입을 승인했다. 줄곧 이스라엘 편을 들어온 미국의 분담금 지급 거부는 다수 회원국의 이런 의사에 반하는 명분 없는 짓이다.

미국은 1980년대에 유네스코에서 소수파로 몰리자 기구의 정치화를 비판하며 탈퇴해 기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다 2003년에 복귀한 전력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적 처신을 한 건 오히려 미국이다.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자는 유네스코 창립 이념이 자국 이익에 합치하면 삼키고 아니면 버려도 되는 대국의 전유물일 순 없다. 미국은 지체 없이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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