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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찜질방 가고 싶다”는 김진숙을 구속하겠다는 경찰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박영제씨 등 4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35미터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300여일 만에 내려와 병원에 입원한 지 겨우 하루 만이다. 경찰의 이런 조처는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우선 이는 모처럼 이뤄낸 사회적 합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그동안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많은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노사가 민형사상의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한 취지에 비춰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우리 사회에 던져진 정리해고라는 화두를 온 국민이 함께 고민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또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 사례로 꼽을 만하다. 아주 힘든 과정을 거쳐 결국 긍정적인 결실을 맺게 된 데는 희망버스를 타고 격려방문에 나선 수만의 시민들과 시민·노동단체, 정치인들의 기여가 컸다.
그러나 가장 큰 공은 뭐니뭐니해도 김진숙 지도위원 등 목숨을 걸고 장기 고공농성을 벌였던 노동자들에게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김 지도위원은 초인적인 의지로 309일을 견뎌내며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고 라면도 먹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바람이 이제 실현되는가 싶던 차에 경찰이 그를 구속하겠다고 나섰으니 모처럼 조성된 노사 화해 분위기를 깨뜨릴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적 측면에서 봐도 김 지도위원 등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고공농성 상황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증거를 감추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더구나 지난 2월부터 87일간 같은 곳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내려온 채길용 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등 2명에 대해선 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았는데 김 지도위원 일행만은 구속해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경찰은 지난 9일에도 성급하게 영도조선소 안으로 경찰력을 투입했다 판을 깨뜨릴 뻔했다. 공권력 행사도 상식에 맞아야 하고, 법 집행에도 눈물이 있어야 국민이 공감한다. 구속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이 찜질방에서 맘껏 몸을 지질 수 있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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