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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정보인권 침해하다니 |
연예인 125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유출돼 인터넷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인권에 대한 무감각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지없이 드러내 충격적이다. 몇 해 전 ‘O양 비디오’와 ‘B양 동영상’ 사건을 겪고도 인터넷 문화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현실도 적이 실망스럽다.
광고기획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기는커녕 알리지도 않았다. 헌법상 권리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 자료는 연예인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문, 인격모독 내용까지 싣고 있다. 마케팅 조사업체 직원은 이런 개인정보를 “재미있는 게 있다”며 친구한테 보여주었고, 이로부터 사태가 번졌다고 한다. 정보인권은 고사하고 명예훼손이나 인격권에 대한 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일이 인권의식 특히 정보인권에 대한 사회적 자각을 일깨우는 데 일대 경종이 돼야 한다.
현재 인터넷에서 이 자료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어떤 누리꾼(네티즌)은 “재미로 보라”며 퍼나르고 있다고 한다. 이는 평소 가십성 연예기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일부 인터넷 언론들이 연예인의 이름을 머릿글자로 거론하며 네티즌의 호기심을 교묘히 자극한 탓도 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초고속망을 익명성 속에 숨어 남의 인격권 침해 수단으로나 쓰는 천박함으로는 문화가 높은 나라를 이룰 수 없다. 이번 일은 인터넷 인성의 함양과 인터넷 문화의 개선이 절실함을 또한번 일깨운다.
자료 유출자와 관리 책임자 등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취재로 얻은 정보를 보도 이외 목적에 사용한 기자들 또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필요하다면 독립적인 감시기구도 두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회적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는 일을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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