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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가사의한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행사 |
제주도가 스위스 비영리재단 ‘뉴 세븐 원더스’ 선정 ‘세계 7대 자연경관’의 하나로 뽑힌 걸 자축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굳이 이런 행사가 아니어도 제주도는 이미 천혜의 아름다운 섬으로 유명하지만, 어쨌든 세계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유수의 자연경관으로 뽑힌 건 좋은 일이다. 제주 발전에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마냥 들떠 축하하기엔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다.
뉴 세븐 원더스는 앞서 1999~2007년 7월에도 ‘세계 7대 불가사의’를 선정했는데, 당시 영국 <인디펜던트>는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 심사가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보일 지경”이라며 야유했다. 중국 만리장성과 브라질 예수상 등을 뽑은 그 행사에 1억명 이상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투표에 참여했다고 했으나 그게 매우 수상한 수치였다. 한 사람이 복수의 이름이나 기관명으로 투표횟수를 아무리 부풀려도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추픽추를 7대 불가사의에 넣기 위해 잉카제국 수도 쿠스코의 인터넷카페가 몇 주 동안 마추픽추 버튼을 눌러대는 페루인들로 가득 찼고, 만리장성의 중국과 페트라의 요르단 등도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스터섬이나 콜로세움의 존재를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칠레나 이탈리아 등은 그 행사를 경멸하거나 무관심했다고 전하면서 신흥국 중심으로 번진 뜨거운 투표 열기를 일종의 후진적 사회현상으로 보았다. 고유의 가치들을 지닌 자연경관 등을 공정성이 의심되는 인기투표로 7등까지 가려 뽑는다는 발상부터가 문제 아닌가.
이번 선정방식도 별로 다르지 않아, 쿠스코의 페루인들처럼 제주도 공무원들은 제주도 버튼 누르기 전화를 1인당 하루 500통씩 할당받아 밤낮없이 눌러댔고, 초등학생 동전 모으기 캠페인까지 벌였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만 모두 1억 수천만의 제주표가 쏟아졌다는데, 전화비로만 모두 200억원의 돈이 들어간 셈이다.
인류 유산 보전을 앞세우고 있으나 수익 및 지출 구조는 제대로 알려진 게 없고, 유네스코 등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단체의 의심스런 행사에 국가 차원의 추진위원회까지 결성해 그만한 인력과 시간과 돈을 들일 가치가 있었을까. 게다가 자연경관 보호가 주목적인 그 행사에 그토록 에너지를 쏟으면서 강정마을 자연을 파괴하는 해군기지 건설은 나 몰라라 하는 건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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