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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5 19:16 수정 : 2011.11.15 19:16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오후 국회를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발효 후 3개월 안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에 자신이 책임지고 미국과 재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언뜻 보기에 매우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재협상 단어만 나와도 거부반응을 보이던 것에 비하면 중대한 태도 변화인 것도 맞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 제안은 허점투성이다.

우선 미국 쪽의 가시적인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의 일방적 재협상 요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의문이다. 미국이 재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허사인데다 설사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더라도 의회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약속”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말만 믿고 비준안부터 덜컥 통과시키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이 대통령이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면 비준안 국회 통과를 일단 미뤄놓고 미국 쪽으로부터 재협상 약속을 받아낸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우리 정부가 미국 쪽과 재협상 문제를 논의한 흔적도 엿보이지 않는다. 이번 제안이 혹시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미봉책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에프티에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궁금하다고 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문제’는 이미 숱하게 지적돼 왔다. 단지 투자자-국가 소송제뿐 아니라 우리의 국익과 주권을 위협하는 수많은 독소조항이 협정 안에 담겨 있다. 그런데도 이런 우려와 걱정을 싸잡아 ‘괴담’으로 매도하고 검찰 수사까지 거론해온 게 이 정부다. 이 대통령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에프티에이 비준안 합의처리의 돌파구를 열기는커녕 오히려 강행처리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 한나라당 친이계 쪽에서는 비준안 합의처리를 주장하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성토하면서 “협상 지휘봉을 당 대표에게 넘기라”는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단지 ‘대통령도 노력할 만큼 했다’는 명분쌓기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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