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1.20 19:09 수정 : 2011.11.20 19:09

우리 정부처럼 유엔의 결정과 조처를 중요한 규범이자 준거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유엔이 승인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서처럼, 유엔의 결정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면서까지 그 권위를 빌리려 한다. 하지만 인권규약이나 아동권리협약 등 인권 문제에서만큼은 예외다. 가급적 유엔과 거리를 두려 한다.

최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 정부를 통박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으로서 한국 정부가 낸 정례보고서에 대한 위원회의 공식 견해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서다. 지난달 6일 접수됐지만, 이제야 조금씩 외부에 알려지고 있다. 거듭된 권고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한국의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에 대한 개탄이 여과없이 담겼으니, 정부로서는 보고서가 알려지는 게 난감했을 것이다.

위원회의 지적과 권고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표현·결사·집회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에서부터 체벌은 물론 성적 착취, 따돌림, 소수자 차별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학업으로 말미암은 높은 스트레스와 청소년 자살률이나, 광범위한 사교육 의존과 그로 말미암은 고등교육 접근의 불평등 따위의 제도적 문제도 거론됐다. 한국의 아동·청소년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게 요지다.

듣기 민망하긴 하지만 이런 지적과 권고는 생소한 것들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논의가 되고, 개선을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던 것들이다. 한때 의미있는 진전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정부와 여당 그리고 수구언론이 가로막는 바람에 작은 진전마저 퇴행할 처지에 놓여 있을 뿐이다. 양심적인 교육계와 시민사회가 추진해온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그 논란의 상징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의 경우 정부·여당과 수구언론의 방해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회원국이라면 위원회의 권고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제도 개선에 이용해야 한다. 공개를 지체시킬 순 있겠지만, 회피할 수는 없다. 더는 요령 피우지 말고, 이번 기회에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기 바란다. 예산이 더 드는 일도 아니고, 이념 논란에 빠질 일도 아니다. 게다가 권고 주체가 바로 유엔 아닌가. 해결도 쉽다. 아동·청소년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의 행복권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면 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