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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사고 실험, 충분한 희생 치렀으니 포기하라 |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서울의 경우, 첫해 입학 경쟁률이 2.41 대 1에서 지난해 1.44 대 1, 올해는 1.26 대 1로 떨어졌다. 26개교 가운데 11개교가 미달이고, 대부분 학교의 지원자가 정원을 겨우 넘겼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달 초 교육과학기술부가 입학전형 자율화, 편입학 횟수 무제한 허용 등 긴급처방을 내놨지만 별무효과다. 결단 내릴 일만 남았다는 소리가 커진다.
자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적 교육정책이다. 그는 임기 중 100개의 자사고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요건에도 맞지 않는 51개교를 자사고로 무리하게 전환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단 1명의 지원자도 없는 학교가 등장했다. 불과 3년 만에 정부가 일반고로 되돌아갈 출구를 마련했으니 할 말 다 했다. 이 정권의 섣부른 경쟁지상주의 교육, 교육 시장화 정책이 빚은 참사일 것이다.
자사고 3년의 점수는 낙제점 이하다. 이 정권은, 자사고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선의의 경쟁으로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교과과정의 자율성이 확대돼 학교교육이 다양화하며, 일반학교는 더 많은 예산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일반학교는 학력 저하, 빈곤 학생 증가로 슬럼화했고, 자사고는 국·영·수 등 입시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이 더 획일화됐다. 한계 자사고에 대한 재정지원을 약속한 워크아웃제도 도입으로 학교 예산은 더 축나게 됐다. 극소수는 입시 명문학교로 떠올랐지만, 이 또한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지렛대 구실만 한다.
이런 결과는 정부가 자사고 정책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때 이미 예고됐다. 한 교원단체가 지난 1월 실시한 조사에서 자사고 교사들은 미달 사태에 대해, 내신이 불리하고,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없고, 대입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비만 비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어수룩한 전망과 달리 학부모들은 애초 자사고에 대해 오로지 입시경쟁력만 기대했던 것이다.
정부의 자사고 입학전형 자율화 방안은 이에 뒤늦게 편승한 결과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 선발의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고교 입시를 부활시키고, 그리하여 취약한 공교육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선 극약처방이다. 이 대통령 공약 하나 살리기 위해 그럴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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