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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자 건강 해치는 밤샘노동 관행 개선해야 |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10명 가운데 1명이 밤에 잠을 자지 않는 밤샘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노동은 사고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우울증, 수면장애, 소화기 질환 등의 가능성을 높여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하지만 노동현장에선 이런 후진적 노동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단국대 산학협력단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국민건강영양조사, 노동패널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연장·야간근로 및 휴일근로 등 과중업무 수행 근로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의 10.2~14.5%(127만~197만명)가 야간작업 종사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는 15.0~31.9%(171만~417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밤샘노동과 장시간 노동은 그 자체로 노동자 건강의 적이지만, 특히 야간작업과 장시간 노동이 겹칠 경우 위험성이 한층 커진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산업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사업장을 모두 조사한 결과, 주야 2교대 밤샘노동 속에서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5시간에 달했다고 한다. 전체 상용노동자 평균보다 13시간이나 긴 노동시간이다. 이처럼 야간작업과 장시간 노동의 이중고에 시달리면 우울증 위험이 2배가량 상승하는 등 노동자 건강이 매우 취약해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런데도 밤샘·연장노동이 줄지 않는 것은 생산직 노동자의 급여체계가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인 데서 기인하는 바 크다. 더 많은 임금을 위해 주간근무와 달리 수당이 나오는 야간·연장노동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밤샘노동을 개선하려면 월급제 전환 등 제도 변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밤샘노동과 장시간노동이 개선되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도 있을 것이다.
마침 현대자동차가 2013년부터 밤샘노동을 없애고 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부가 실태조사 뒤 심야노동 관행을 개선하라고 촉구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계획은 현대차 노사가 2009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단지 작업시간 감소에 따른 생산량 유지 방안, 임금 감소 대책 등이 합의되지 않아 시행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가 쟁점에 합의해 비인간적인 밤샘노동의 고리를 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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