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7 20:50
수정 : 2005.08.25 20:30
사설
전남대 철학과 교수들의 선택은 참으로 신선하다. 대학 사회의 오랜 폐쇄주의와 교수 사회의 질긴 이기주의를 일거에 뛰어넘은 통쾌한 선택이다. 특히 국립대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내린 ‘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아름다운 파격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신학대에서 재임용 탈락된 뒤 6년 남짓 ‘거리의 철학자’로 지낸 김상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수를 부교수로 받아들인 전남대 철학과 교수들과 총장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김 교수의 임용이 ‘특채’로 이루어졌다는 것부터가 각별한 눈길을 끈다. 교수 한 명을 새로 받아들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특별임용 형식으로 ‘특별히 모셔오는’ 경우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거의 예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으로나 학맥으로 광주와 전남대와는 전혀 연고가 없는 김 교수를, 그것도 정원과는 관계없이 교수 전원이 임용에 동의했다는 것도 지역주의, 학벌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춰볼 때 매우 신선하다. 대학에서 더러 들려오는 교수 사회의 옹졸한 행태에 실망해 온 일반인에게는 한줄기 청량한 물줄기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남대 교수들이 이번에 보여준 조용한 혁명이 교수 채용을 둘러싼 교수 사회의 음습한 그늘을 걷어내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자신이 속한 대학 사회의 그릇된 관행과 전복된 상식부터 바로잡아야 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의 사회적 영향력도 살아날 수 있다. 거리에서 강단으로 되돌아온 김 교수는 앞으로도 ‘학벌 없는 사회’나 ‘대학 서열화 반대’ 같은 거리의 철학자로서의 실천적 이론이 무뎌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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