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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계해야 할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하시모토 바람’ |
일본 제2의 경제권역인 오사카 지역을 휩쓸고 있는 ‘하시모토 바람’이 흥미롭다. 며칠 전 오사카시와 오사카부 시장·지사를 동시에 뽑는 선거에서 ‘오사카 유신회’의 40대 하시모토 도루(42)와 무명 정치인이었던 그의 측근 마쓰이 이치로(47)가 압승했다. 집권 민주당과 자민당에 공산당까지 반하시모토 깃발을 치켜들었으나 소용없었다. 기성정당이 추풍낙엽처럼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나가떨어진 것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특징 중 하나다.
하시모토 압승 배경에는 일자리가 없다는 서민들의 불만과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걱정하는 대중들의 불안심리가 깔려 있다. 이런 불만과 불안을 잠재우고 희망을 갖게 할 힘이 기성정당들에는 없지만 하시모토에겐 있는 것으로 비쳤다. 하시모토의 높은 인기는 그가 내세우는 정책 덕이라기보다는 그에게만 있어 보이는 ‘돌파력’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 유권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떠오르는 중국과 아시아에 대비되는 일본의 침체다.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오사카, 아니 일본은 이대로 좋은가’, ‘바꿀 수 있는가’를 물었다. 뛰어난 언변과 논리를 지닌 탤런트 기질의 변호사인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에선 ‘하시모토가 좋으냐 싫으냐’로 적과 아군을 가르는 식의 단순한 쟁점을 내건 이번 선거를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의 양자택일식 선택을 강요했던 고이즈미의 ‘극장식 정치’에 비유하기도 한다. 여기엔 요란하기만 했지 실제론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침체만 가속시켰다는 고이즈미식 ‘불모의 흥분’,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가 깔려 있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과 장래에 대한 불안을 배경에 깔고 있는 하시모토 바람은 최근 안철수 바람이 거센 한국 상황과도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을 경계하면서 일본의 핵 보유를 주장하고, 공립학교 행사 때 군국일본의 상징 기미가요를 기립 제창하게 하면서 따르지 않는 교사나 학생들을 처벌하는 조례까지 제정한 하시모토에게선 극우 민족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벌써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 등 보수우익 정치인들과 오사카유신회가 뭉치는 신당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장기침체 뒤 일본이 선택하려는 돌파구가 극우 민족주의라면 그것은 일본에도 주변 아시아에도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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