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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의 배출권 거래제, 이번 회기엔 입법해야 |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과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배출권 거래제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애초 2013년부터 시행하겠다고(2010년 11월) 입법예고했지만, 산업계의 반발에 밀려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늦추는 등 내용을 크게 수정해 지난 2월 다시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이번엔 국회가 심의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채 18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끝내고 있다. 여·야·정의 무관심이 참으로 딱하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별 배출 허용량을 정한 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덜 쓴 기업에서 초과량만큼 배출권을 사도록 한 제도다. 정부의 환경 규제와 시장의 경쟁체제를 접목한 것으로, 이미 효과가 입증됐다. 유럽연합 27개국은 2005년부터 시행해 1990년 대비 16%의 온실가스를 절감했다. 뉴질랜드나 미국의 북동부 10개 주가 시행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오스트레일리아는 2013년부터 시행한다. 중국 또한 주요 지역에서 2013년부터 시범시행에 들어간다. 거래제는 이미 대세인 것이다.
기업들은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지만, 유럽연합을 보면 기우다. 거래제 시행 이후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2008년에 1990년 대비 40%의 지디피 성장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크게 늘려 녹색기술 투자와 관련 일자리 창출, 시장 개척 효과도 거뒀다. 우리는 2012년 이후 의무감축 대상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커, 에너지 효율 향상 등 선제적 감축 노력이 절박한 상황이다. 어차피 맞을 매, 능동적으로 대비해 녹색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세계 7위, 증가율은 세계 2위다.
정부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마지노선으로 2015년엔 거래제를, 그에 앞서 2012년부터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법안 처리가 올해 정기국회를 넘겨선 안 된다. 게다가 내년엔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있다. 국회도 문제지만, 사실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은 그의 녹색성장 구호에 따른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여당을 압박해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길 바란다. 기업 눈치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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