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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편의 조폭적 광고사냥, 미디어렙 규제 서둘러야 |
어제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약탈적 광고 직접영업으로 시장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한다. 종편이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체제를 거부하고 지난달 직접영업을 본격화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나, 그 행태가 조폭이 무색할 정도로 도를 넘은 모양이다.
종편은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과도한 광고액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의 경우 시청률에 비례해 광고액을 정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는데, 종편은 이런 과학적 방식을 무시하고 연간 일정액의 광고비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력 그룹에 “연간 200억원을 달라”는 식이다. 그 규모도 지상파의 70%가 보통이고 많게는 110%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최소한의 잣대인 시청률조차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막무가내식 요구다. 반면 기업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종편 광고액은 지상파의 10%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종편이 생떼를 쓰는 것은 ‘조·중·동·매’라는 위협수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신문을 등에 업고 있으니 자신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종편은 손사래를 치겠지만, 기업들은 한결같이 종편 뒤의 신문을 의식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런 약탈적 광고영업은 공공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언론사로서 할 짓이 아니다. 종편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제 살을 깎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경쟁 지상파나 신문사들의 공격적인 광고영업을 부추겨 언론 전체의 사회적 신뢰도까지 추락시킬 소지가 크다.
하지만 종편은 스스로 자율적 규제를 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보인다. 결국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은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켜 제도적으로 직접영업을 막는 것뿐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를 둘러싼 언론사 간 무한경쟁이 줄어들뿐더러 방송의 보도·편성·제작과 광고가 분리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입으론 미디어렙 법안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도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네 종편을 <문화방송> <에스비에스>와 함께 하나의 민영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조·중·동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하루라도 빨리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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