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2.02 18:56 수정 : 2011.12.02 18:56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제 방송을 시작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네 곳의 프로그램은 종편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다시 갖게 한다. 종편과 정부가 입이 닳도록 떠들던 방송의 다양성이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명색이 개국일 프로그램인데 지상파 베끼기에도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그렇게 요란한 홍보를 하고도 시청률이 1%(에이지비닐슨 기준)를 넘는 프로그램이 네 곳을 통틀어 하나뿐인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차가웠다는 방증이다.

반면 ‘조·중·동 방송’에 걸맞게 보수적·선정적 성향은 유감없이 드러냈다. 네 곳 모두 내보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그가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상 인터뷰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식을 갖춘 언론이라면 공정성과 공공성의 원칙을 잃어선 안 된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세적 질문은 볼 수 없었고, 그의 정치적 포부를 전달하거나 신변잡기성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특히 <티브이조선>이 박 전 대표 화면에 내보낸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은 낯뜨거운 ‘박비어천가’로 한국 언론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매일방송>도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 당신의 미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노골적인 칭송 자막을 내보냈다.

<채널에이>가 특종이라며 보도한 강호동씨의 칠성파-야쿠자 회합 참석 동영상은 선정주의의 전형이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강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씨름대회 단장을 따라간 식사 자리가 조폭 결연식 참석으로 부풀려진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잠정 은퇴한 강씨가 종편에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표적기사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돈다. 또 <조선일보>는 그제치 1면에 “티브이조선 9시 뉴스에서 김연아가 앵커로 뉴스를 진행한다”고 선전했다가 과장홍보라는 망신을 샀다. 오죽하면 김씨의 소속사가 ‘김연아 종편채널 뉴스 앵커 기용설 어이없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을까.

종편은 첫 방송에서부터 언론으로서의 공적 책임 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화면이 잘리는 등 방송사고가 속출하고, 그나마 재방송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족벌언론이 그렇게 무리를 해가며 졸속으로 출범시켰으니 이처럼 질 낮고 부실한 방송이 연출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