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한나라당 쪽의 ‘선관위 디도스공격’, 반민주적 범죄행위다 |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지난 10월26일 재보궐선거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누리집을 분산서비스(디도스) 공격한 범인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그날 한때 선관위 누리집에 외부 접속이 차단됐고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악할 만한 중대범죄다. 행위의 목적과 배후를 철저히 수사해 사건 전모를 밝혀야 한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최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씨 등은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2시간여 동안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방법으로 선관위 누리집을 마비시켰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아울러 투표율이 낮아야 여당 쪽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씨 등은 출근시간대에 야당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투표율을 떨어뜨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 단순한 공무집행 방해나 전기통신망 관련법 위반 행위가 아니다. 금품을 뿌리거나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수준의 선거범죄와도 견줄 수 없다. 이들의 행위는 유권자들의 주권 행사를 조직적·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선거제도의 기틀을 정면으로 뒤흔드는 행위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해야 마땅하다.
더욱 놀라운 일은 집권여당 국회의원의 비서로 공식 등록된 실무자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최 의원은 자기는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씨는 최 의원을 수행하며 운전을 하는 비서다. 의원이 손발처럼 부리는 사람이다. 공씨한테서 범행을 주문받은 전산업체는 직원 세 사람이 200여대의 좀비 컴퓨터를 동원했다. 들어간 품과 장비로 볼 때 상당한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7살의 수행비서 혼자서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운 일이다. 설령 최 의원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엄청난 행위에 대한 관리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경찰은 최 의원과 한나라당의 관련성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야 한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의 홍보전략을 총괄하는 홍보기획본부장이다. 서울시장 선거 때는 한나라당 지도부, 나경원 후보 등과 선거전략을 긴밀하게 조율했다. 한나라당이 최 의원 쪽에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도 옳지 않다. 한나라당 차원의 해명과 책임 있는 조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