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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러고도 원전 안전 보장할 수 있나 |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직원과 납품업체가 짜고 중고품을 새 제품인 것처럼 납품했다고 한다. 원자로에서 만든 증기를 조절해 터빈으로 보내는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두 종류다. 만전을 기해도 100% 확신할 수 없는 게 원전의 안전인데, 납품 비리까지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원전 산업계의 폐쇄성을 생각할 때 비슷한 유형의 비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해당 기기가 원자로와 떨어져 있어 안전에 이상이 없고 개인 비리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은폐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한 한수원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만 더해준다. 이 기회에 납품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원전 안전에 대한 정부와 한수원의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얼마 전에도 있었다. 지난 9~10월 울진원전 4호기에 대한 예방정비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 1만6000여개 가운데 약 25%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에선 설계상 계획수명이 30년인 증기발생기에서 12년여 만에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전열관의 재질이나 설계상 결함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러나 한수원은 손상된 전열관의 일부를 막아버리고 나머지만 관 내부를 보강한 뒤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대형사고의 위험을 자초하는 전형적인 땜질처방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리원전은 수명을 연장한 노후원전으로 고장이 잦아 불안감을 줘왔다. 올해에만 1호기가 차단기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지 두달여 만에 2호기가 송전선로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한수원 쪽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원전의 안전이 국민들의 우려와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직원 비리로 빈말이 돼버렸다.
원전은 인공위성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도 많아 어느 한 군데라도 오차가 생기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만약 다음에 원전 사고가 난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면서도 안전과 관련해서는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이다. 한수원은 안전성과 관련한 평가보고서 공개 요구에 기밀이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때도 비밀주의가 화를 더 키웠다. 국민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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