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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5일 수업제, 주말 프로그램 확충이 먼저다 |
요즘 초·중·고 학교 현장이 주5일 수업제 시행을 두고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부터 ‘전면’ ‘자율’로 실시하라고 지시했으니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해야 한다. 각 학교는 학부모·학생·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각이 제각각이어서 일도양단하기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사들은 대개 찬성이고, 학부모들은 다수가 반대 의견이다. 이렇게 입장이 현격하게 다르니 숫자만으로 함부로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찬성하건 반대하건, 교사건 학부모건 주5일 수업제를 위해 꼭 선행돼야 한다고 꼽는 전제조건에는 일치한다. 학교가 쉬게 될 토요일에 학생을 위한 다양한 공적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 주5일 수업제에 반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일선 학교의 혼선은, 교과부가 결정을 떠넘겼기 때문이 아니라 방침만 지시하고 부작용을 보완할 대책은 나 몰라라 하는 데서 비롯됐다.
주5일제는 학생에게 체험학습을 통해 적성을 계발하고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 교사들 역시 수업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 아이들의 경우다. 아직도 20% 이상의 부모는 주6일 이상 일한다. 주5일 수업이 이들 가정에는 경제적 압박 요인이 되고, 아이들에겐 피시방 등 방황의 시간만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가정 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학습과 사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해 이들과 학습격차를 늘릴 수 있다. 따라서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 제도는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이런 고려는 정부가 교육적 차원보다 레저 등 산업적 차원을 앞세우면서 간단히 무시됐다. 정책 발표를 교과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합동으로 한 것은 상징적이었다. 주체가 되어야 할 시·도 교육청은 배제됐다. 제도의 성패가 학교, 지자체, 동사무소, 공공단체의 협력에 달렸는데도 말이다.
정해진 시간에 쫓길 이유는 없다. 지금이라도 시행 주체를 교육청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청 중심으로 지역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교과부는 지원만 하면 된다. 이대로 강행하면 각 학교가 원망과 불신에 휩싸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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