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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8 19:08 수정 : 2011.12.08 19:08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공격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어제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한마디로 맹탕 발표였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아무개씨가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는 내용을 대단한 성과처럼 발표한 게 고작이었다. 배후가 누구인지, 오고 간 자금의 규모는 얼마나 되며 출처는 어디인지 등 숱한 궁금증은 하나도 풀린 게 없다. 국민의 눈에서 보면 하품이 나오는 수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경찰 수사 결과를 되짚어보면 처음부터 공씨한테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공씨가 범행에 연루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그의 입만 쳐다보는 수사에 머물렀다. 수사에 투입된 사이버수사팀과 특수수사과 팀 사이에 손발도 제대로 맞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로서는 공씨가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두고 선심 쓰듯 범행을 자백한 것에도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초라한 처지가 돼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씨가 “윗선이 없고 나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아예 제대로 된 판단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허점투성이 수사는 박희태 국회의장실 의전비서 김아무개씨에 대한 수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여러 정황상 김씨는 이 사건의 윗선이 누구인지를 밝혀낼 중요한 연결고리로 지목된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씨한테서 아직 아무런 혐의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도리어 김씨가 공씨한테서 선관위 누리집 공격 계획을 전해 듣고 “큰일 난다. 잡혀 들어간다”고 만류했다는 공씨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이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니 몸통은커녕 꼬리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20대 후반의 말단 수행비서인 공씨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단독범행이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주장의 허구성은 경찰이 더욱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오늘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다. 민주당 최고위원회 도청 의혹 사건에 이어 또다시 ‘빈손 송치’를 하는 셈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마다 경찰이 헛발질을 계속하는 이유가 능력 부족 탓인지 의지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눈치 보기 결과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어쨌든 이 사건은 이제 경찰의 손을 떠나 검찰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검찰은 과연 경찰과 다른 수사 의지와 능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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