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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시중 방통위원장, 종편 광고 ‘해결사’로 나섰나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6일 대기업 홍보 책임자들을 소집해 광고비 지출을 늘리라고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한 직후의 일이니 참석자들이 종편 광고를 늘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인 것은 당연하다. 종편 탄생을 위해 온갖 특혜를 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광고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꼴이다. 공직자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월권행위다.
최 위원장이 부른 사람들은 현대자동차, 엘지(LG),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등의 홍보 담당 임원들로, 종편한테서 끊임없이 광고를 요구받는 당사자들이다. 최 위원장은 이들에게 광고는 비용이 아닌 투자이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도 광고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명시적으로 종편을 거명하지 않았다 해도 참석자 누구든 종편에 광고를 하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에스케이텔레콤이나 케이티는 방통위가 인허가권을 쥔 통신기업인 만큼 훨씬 심한 압박을 느꼈을 게 뻔하다.
최 위원장이 종편 개국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광고주들을 소집한 것은 종편의 형편없는 시청률과 연관이 크다. 종편이 개국한 지난 1일부터 8일까지의 평균시청률(에이지비닐슨 기준)은 <제이티비시> 0.53%, <엠비엔> 0.35%, <채널에이> 0.32%, <티브이조선> 0.30% 등으로 0%대에 머물고 있다. 공영성과 공공성을 도외시한 보수·선정적 색채가 두드러지고,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재탕·삼탕 프로그램이 넘쳐나니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건 당연하다.
종편 시청률은 같은 기간 지상파 3사 시청률(6% 안팎)의 5~10%에 불과한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종편은 대기업들에 지상파의 70%에 해당하는 광고를 달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대기업들이 종편의 이런 요구에 선뜻 응하지 않자 최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방통위원장이 업무 관련성도 없는 대기업 광고 임원들을 불러 광고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자신이 종편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종편 편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이런 행태는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처신과는 거리가 멀다. 최 위원장은 대기업에 대한 광고 강요 행위를 사과하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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