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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상득 의원 ‘불출마 선언’으로 끝날 일 아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이 에스엘에스 사건 등에 연루돼 구속된 것과 관련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주 사과문을 내고 “보좌관을 잘못 관리한 도의적인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다”더니 어제도 “보좌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올바른 몸가짐에도 최선을 다해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과연 이런 사과문과 불출마 선언이 그를 지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에 대한 의혹을 억측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이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는 에스엘에스그룹으로부터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고 워크아웃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 6억원어치, 제일저축은행 쪽에선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엊그제 구속됐다. 그동안 두 사건에서 흘러나오던 최고 실세 로비설이 허황한 게 아니었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로비에 나선 당사자들이 단순히 보좌관을 보고 수억원씩의 뭉칫돈을 건넸을 리는 없다. 건네진 돈도 웬만한 국회의원 수뢰 사건보다 거액이다. 당연히 이 의원을 의식한 로비라고 봐야 한다. 박 보좌관이 받은 돈은 의원실 다른 직원 2명의 계좌를 거쳐갔다고 한다. 의원실 사람들이 검은돈을 주무르는 동안 이 의원만 몰랐다면 누가 믿겠는가.
이 의원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 친형이란 혈연을 충분히 활용해 중요한 인사를 주무르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측근들을 청와대와 내각, 국정원 등의 요직에 천거하고 국회의원 공천에도 적극 관여했다고 한다. 현 정권과 관련한 대형 의혹사건 때마다 그의 이름은 단골로 오르내렸지만 항상 ‘성역’으로 남았다. 대표적인 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이다. 정두언·남경필·정태근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주장했다가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그 배후로 이 의원을 지목했지만 그뿐이었다.
이 의원과 관련해 밝혀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모른 체 외면했다.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지난 4년간 이 의원을 둘러싸고 제기돼온 의혹들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불출마 선언이 검찰 수사에 장애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의원 역시 떳떳하다면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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