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8 20:06
수정 : 2005.07.18 20:08
사설
민간분야 지도층의 부패와 비리 예방을 위해 정부가 갖고 있는 인물 정보 자료를 민간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는 어처구니가 없다. 부패를 뿌리뽑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수단이 모두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실효성은 물론이고 개인의 정보 유출, 인권침해 가능성 등 그 폐해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신기할 뿐이다.
우선 민간에서 사람을 뽑는 일까지 정부가 간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어차피 사람을 뽑아 쓰는 일은 민간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민간기업들이 그런 자료를 절실히 필요로 할 만큼 부패 방지에 뜻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상이 다 아는 비위전력이 있는 전직 공직자들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데려다 쓰는 게 민간기업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공직자 임용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못해 나중에 말썽을 빚는 일이나 줄일 일이다.
정부의 인사자료가 마구 민간에 넘어가 유포될 경우의 폐해를 상상하면 섬뜩해질 정도다. 한 개인의 인사자료를 손에 넣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그 사람의 약점을 쥐었다는 뜻도 된다. 마음먹기 따라서는 민간기업이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인사자료를 얼마든지 악용할 수도 있다. 특히 정보기관 등이 갖고 있는 ‘내사자료’까지 넘겨줄 경우 위험성은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노 대통령이 진정으로 부패 근절에 뜻이 있다면 우선 비리 정치인 사면 방침부터 거둬들일 일이다. 비리 정치인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위공직자들이 민간기업에 발을 못붙이게 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이고 이율배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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