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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관위 공격’ 돈거래, 원점에서 재수사하라 |
중앙선관위 누리집을 디도스 공격한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인사들이 공격 시기를 전후해 거액의 금전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사건과는 무관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거래 내역과 시점 등에 비추어보면 경찰의 설명은 앞뒤가 안 맞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당사자들의 말맞추기에 경찰이 놀아났거나 의도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될 만하다.
경찰이 밝힌 내용을 보면, 서울시장 선거 엿새 전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아무개씨 계좌에서 1000만원이 최구식 의원 비서인 공아무개씨 계좌로 입금됐고, 이 돈은 선거 닷새 뒤 다시 디도스 공격 실행자인 강아무개씨 계좌로 넘어갔다. 열하루 뒤엔 국회의장 비서인 김씨가 강씨에게 직접 9000만원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돈거래를 도박 투자금 등 사적 거래로 봤다고 한다. 특히 9000만원은 공씨 친구이자 강씨 회사 등기이사인 차아무개씨가 돈을 불려주겠다며 김씨한테 빌렸다가 게임사이트에서 돈을 잃어 대신 강씨가 갚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해명은 허점투성이다. 우선, 회사 동료 차씨가 빌렸다가 날린 9000만원을 대신 갚아줄 정도로 수완이 있는 강씨가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서 공씨한테 1000만원을 빌렸다는 설명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김씨가 공씨에게 1000만원을 건넨 게 10월20일, 공씨가 다시 강씨에게 1000만원을 넘긴 게 10월31일이다. 그 사이에 있었던 디도스 공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자금 흐름이다. 돈이 건네진 시점에 비춰보면 김씨가 공씨에게 착수금조로 1000만원을 건네고, 그 뒤 성공사례금으로 9000만원을 건넸다고 보는 게 훨씬 상식에 가까워 보인다.
경찰이 지난 9일 발표한 내용은 사실상 당사자들의 변명을 받아쓰기한 수준에 불과하다. 누가 봐도 의심스런 돈거래였는데, 발표조차 않았다는 건 동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수사는 현재 검찰이 진행하고 있다. 돈거래 사실이 나온 이상 원점에서 다시 수사해야 할 상황이다. 검찰은 고향 친구들에게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뒤집어쓰게 됐다”고 했다는 공씨의 얘기도 철저히 파헤쳐 배후를 찾아내야 한다. 경찰이 왜 청와대 행정관의 존재를 감췄는지, 선관위와 국정원은 왜 미적거렸는지도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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