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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성 인권에 소극적인 여성부, 존재 이유가 뭔가 |
여성가족부에 대한 여성계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성부 해체와 김금래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여성단체의 성명이 나올 정도다. 여성부가 핵심 과제인 여성 인권 보호에서 제구실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비판의 이유다. 여성부는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냉철히 반성하고 적극적인 자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여성부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서 해고당한 성희롱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성희롱 피해여성의 경우, 지난 1월 국가인권위로부터 성희롱을 인정받았지만 복직이 되지 않아 여성부 건물 앞에서 200일 가까이 농성을 해왔다. 그러나 여성부는 “피해자를 도울 법적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별다른 지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또 김 장관은 지난달 이 여성을 면담하면서 “(회사와의) 소송에서 이겨도 복직이 어려우니 다른 곳에서 일하며 피해보상을 받아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고 한다. 성희롱을 폭로했다가 되레 해고를 당한 피해자를 감싸안기는커녕 가슴에 큰 상처를 준 것이다. 여성부는 또 군대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회 수요시위에서 한-일간 논란이 된 ‘평화비’를 놓고도 사실상 뒷짐만 졌다.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으니 신중해달라는 외교통상부의 요청을 받고 그저 눈치만 본 것이다.
여성부는 이처럼 제 할 일은 못하면서 엉뚱한 곳에서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키기도 했다. 가사에 ‘술’이 들어 있는 노래들을 무분별하게 ‘19금’ 판정했다가 망신을 산 것이 대표적이다. 16살 미만 청소년에 대한 심야 인터넷 셧다운제 역시 자유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여성부의 소극적 태도와 관련해선 김금래 장관에게 아쉬운 대목이 많다. 전임 백희영 장관과 달리 김 장관은 여성단체협의회 사무국장,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지내는 등 여성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데도 여성 현안에서 두드러진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장관이 된 지도 3개월이 지났으니 시간을 핑계로 댈 처지도 아니다.
여성부는 늘 “다른 부처에 비해 법적 권한이 없다”는 말로 무기력을 호소한다. 하지만 권한이 제한적이기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엔 다른 살길이 없다. 현안에 침묵하면 여성부의 존재감은 완전히 사라진다는 사실을 김 장관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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