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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군 주둔비 추가부담 요구 받아들여선 안돼 |
며칠 전의 제6차 한·미·일 3자 협력대화 참석자가 회의 뒤 “한-미 동맹을 유지하려면 결국 돈을 더 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단다. 정부·민간의 ‘1.5트랙 협의체’라는 그 회의에서 미국 참석자들은 재정적자 때문에 자국 국방비를 대폭 줄여야 하니 한국·일본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한 모양이다. 지금 7600억원으로 40% 수준인 주한미군 주둔비용 한국 쪽 부담분을 50%로 높일 것이라는 관측까지 벌써 나오고 있다. 또다른 참석자인 외교통상부 간부는 방위비 분담 논의는 “전체 논의 중 10%도 안 되는”, “지나가면서 한 얘기”라며 문제 삼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냥 ‘지나가는 얘기’가 아닌 것 같다.
이미 도를 넘은 ‘방위비 분담금’에 천문학적 미군기지 평택 이전비, 거기에다 또 막대한 주한미군 지원비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심각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은 향후 10년간 1조달러가 훨씬 넘는 예산 삭감 계획을 세웠고 그중 국방비만 4500억달러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매년 우리 국방비 몇 배 규모의 국방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미국 관리들은 아시아 중시 외교를 강조하면서 아시아태평양 배치 군사력을 줄이기는커녕 더 증강하겠다고 한다. 국방예산은 주는데, 군사력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강하려면 그 돈을 딴 데서 끌어와야 한다. 미국 의회가 지난 12일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괌 이전 비용의 일환으로 오바마 정부가 요구한 1억5600만달러를 전액 삭감해버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일 보수세력은 미국이 이렇게 나오면 대개 서둘러 그 요구를 들어주거나 겉으론 아니라면서도 결국 대부분 수용해왔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비를 한국은 절반만 부담한다고 국방부는 공표했으나 실은 93%를 부담한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 공개 기밀문서들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가.
추가 경비를 한국이 떠맡는 것도 큰 문제지만, 그런 식의 한·미·일 군사협력체제 강화가 중국·북한 등을 자극해 조성될 동아시아 안보불안도 심각한 문제다. 신냉전적 북방-남방 삼각의 진영 대결은 한반도 분단을 영구화하고 우리 민족에게 큰 부담을 떠안기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 군사력을 맹신한 채 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압박 수단으로 삼는 미국 요구에 판판이 넘어가는 관행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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