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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관계의 미래, 위안부 문제 해결에 달렸다 |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공동 번영과 역내 평화 안보를 위해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하고 걸림돌인 군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다 총리는 되레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 철거를 요구하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언급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사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언급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현 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내세워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탓도 있는 만큼 문제제기에 그치지 말고 문제가 해결되도록 책임지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 발언이 한국내 여론을 의식한 국내용이라는 일본 쪽 시선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노다 총리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은 극히 실망스럽다. 청구권 문제는 법적으로 이미 끝났기 때문에 협의할 성격이 아니라는 일본의 주장은 한-일 협정이 애당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지배에 따른 문제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근거가 약하다. 게다가 지금 그 협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재협정을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가 20년째 계속되고 있는데도, 자국민의 전쟁피해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인도주의를 자처한다면 양심이 메말랐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은 이미 국제적으로 판정이 내려진 상태다. 국제노동기구는 일본 정부의 배상을 촉구했고 유엔 인권소위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최근 2차 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에 대한 학대를 인정하고 사죄했다. 연합군 포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국의 위안부 여성들을 유린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용서받을 수 없다.
중국의 급부상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 한·일 두 나라는 긴밀히 협력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어두운 과거사의 진정한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 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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