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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1 19:17 수정 : 2011.12.21 19:17

세계 주요 나라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은 국무장관 성명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위로를 보낸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국가 지도부가 주중 북한대사관 분향소를 직접 찾았다. 러시아는 대통령 명의로 조전을 보냈으며, 일본은 관방장관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무엇보다 각국이 북한의 지도부 교체를 신속히 ‘인정’하고 있음을 뜻한다. 북한 상황을 체제가 붕괴하는 급변사태로 보고 있지 않다고 이해해도 될 것이다. 미국이 북에 핵문제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식량지원 접촉을 재개한 것도 주목된다. 북의 애도 국면이 마무리되는 대로 기왕의 북-미 대화 일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단서다.

주변국들의 이런 움직임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북한과의 관계 심화 또는 변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적극적 태도다. 우리 역시 지금과 같은 정세를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고 한반도 문제를 당사자 중심으로 풀어나갈 전기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남북관계의 밑그림을 새로 그려나갈 때인 셈이다. 그런데 며칠 동안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북한 상황 예의주시와 국제공조만 외칠 따름이지, 국제공조가 이뤄져도 그 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무런 그림이 안 보인다.

지금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에 관한 기본 인식을 바꾸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가령 엊그제 대북 조의 표명은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때의 그것에 비해 진일보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하는 정책 기조를 … 이번 담화문에도 담았다”고 설명한 것은 조의 표명의 효력을 반감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화 상대가 될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어감을 공공연히 풍겨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기왕의 조의 표명을 고쳐서 다시 하긴 어렵겠지만, 북한의 새 지도부에 대한 인식만은 명확하게 바꿔야 한다.

아울러 남북관계 현안들을 시급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관련되어 지속되고 있는 5·24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 한다. 어차피 실효성을 잃어가던 조처다. 김 위원장 사망으로 책임 공방의 상대역도 사라진 셈이다. 북의 지도자 교체를 계기로 족쇄를 풀고 갈 좋은 기회다. 금강산 관광과 대북 식량지원 등도 신속히 재개하는 게 옳다. 북의 주민들과 새 정권 쪽에 남쪽이 신뢰할 만한 대화 상대임을 알리는 메시지로서 이보다 나은 게 없다.

지금 북 체제의 안정화 없이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킬 수 없음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조성된 정세를 남북 사이의 신뢰 회복과 대화 기반을 회복하는 기회로 적극 선용한다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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