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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2 19:13 수정 : 2011.12.22 19:13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에 투입됐던 전문계고 3학년 학생이 엊그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라고 한다. 주 54시간 노동에 야간근무까지 하던 중이었다고 하니, 과로로 말미암은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때 금지됐던 고교 실습생 노예노동이 떠오르는 건 그런 까닭이다. 아직도 미성년 학생을 노동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제도화되어 있는 우리 교육 및 노동 현실이 어처구니없다.

쓰러진 김군은 무엇보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15~18살 청소년은 노동시간이 하루 8시간, 주당 46시간을 넘어선 안 된다. 하지만 김군은 하루 평균 10시간, 격주로 특근 8시간, 주·야간 2교대제를 감당해야 했다. 교육의 연장이 아니라 노동착취였다. 나아가 교육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했다. 현장실습은 수업의 연장이므로 교육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습생에 대한 통제는 온전히 사업장에서 행사했다. 학생들은 값싼 간접하청 노동자였을 뿐이다. 실습생들은 제 전공과 무관한,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에 투입됐다. 김군도 자동차 디자인 전공이었지만, 페인트 도장을 하다가 쓰러졌다.

학교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취업률에 따라 평가받고, 지원금도 차등지급을 받는다. 한 사람이라도 더 실습현장으로 내몰아야 하는 형편이다. 정부 역시 특성화고 정책의 성패가 취업률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실습을 압박했다. 2006년 참여정부가 노예노동, 인권유린, 학교교육 파행 등을 이유로 폐지했던 현장실습 제도가 이 정부에서 변형된 형태로 되살아난 까닭은 여기에 있다.

학생들은 교육의 대상이지 싸구려 노동력 제공자가 아니다. ‘노예 실습’이 당장은 취업률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론 특성화고의 안착을 가로막는다.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 양성소로 인식된다면 누가 특성화고를 지망하겠는가. 현장학습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 관련 실무·전문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고 숙달하는 과정이다. 이런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면 실습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당장은 전수조사를 통해 실습생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행위, 알바형 혹은 간접고용 형태의 실습 등을 근절해야 한다.

실습생은 동년배들이 대학 진학의 꿈에 부풀어 있을 때 생활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이다. 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착취하고 좌절시키는 짓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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