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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전한 의약품 리베이트와 나쁜 의사들 |
의료계의 고질병인 의약품 리베이트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제약업체나 도매업자한테서 뒷돈을 받은 의사 1600여명을 적발해 어제 보건복지부에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지난 7월부터 벌여온 2차 단속의 결과다. 정부는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며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까지 처벌하는 쌍벌제를 지난해 11월 시행했지만, 의료현장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불법행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규모가 매출액의 20%가량인 연간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들이 리베이트 약을 처방할 경우 리베이트 비용이 자연스럽게 약값에 반영돼 국민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은 이처럼 부풀려진 약값을 지불하고 있으니, 건강보험에서 부당하게 재원이 빠져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로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또 의사가 의약적 판단이 아닌 리베이트에 좌우돼 처방을 할 경우 환자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소지마저 있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리베이트 근절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13개 보건의약단체는 지난 21일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자정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유독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이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다. 리베이트가 시장경제 체제의 한 거래 형태이며, 쌍벌제 조항을 없애달라는 의협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한걸음 나아가 의협은 쌍벌제에 대한 위헌소송까지 제기할 방침이라고 한다. 자기 잇속에만 눈이 먼 후안무치한 태도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는 뿌리가 깊고 넓다. 정부는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의약품 리베이트가 없어질 때까지 강력하게 단속을 벌이는 한편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리베이트가 현금이 아닌 강연료·자문료 지급, 세미나 명목의 식사·골프 접대 등 우회적 방식으로 건네지고 있는지 감시할 필요가 크다. 의협은 리베이트 근절에 적극 참여해 선량한 의사들의 신뢰마저 훼손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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