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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의 미디어렙 타협안, 처리 절대 안 된다 |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이 어제 원내 수석부대표 회담을 통해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안에 사실상 타협했다고 한다. 서로 약속한 ‘연내 처리’ 시한이 코앞에 닥치자 서둘렀던 모양이다. 그러나 두 당이 합의한 미디어렙법안의 연내 처리는 절대로 안 된다. 미디어렙법의 취지인 방송 공공성 및 여론 다양성 확보와 너무나 동떨어진, 무원칙하고 잘못투성이인 법안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렙은 방송사 광고를 대신 판매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를 말한다. 이런 대행체제는 방송사가 보도·편성 등을 무기 삼아 기업 등에 광고를 압박하는 것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 반대로 기업이 광고를 미끼로 방송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차단할 수 있다. 종교방송 등 광고 취약 매체에 광고를 할당해 여론시장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기능도 한다.
따라서 미디어렙법안은 방송사의 독자적인 광고영업을 불허하면서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뼈대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타협안은 이런 원칙과 정반대다. 타협안은 ‘조·중·동’ 종편에 2년 동안 직접영업을 허가하고, 그 이후엔 민영 미디어렙의 지분을 4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종편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직접영업을 보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방송 광고시장은 정글식 무한경쟁으로 혼탁해지고, 보도·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는 유명무실해질 게 뻔하다. 종편의 순항을 위해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애초부터 종편 편들기에 팔을 걷어붙인 한나라당이야 그랬다 치더라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은 종편을 온갖 특혜와 편법의 산물로 규정하고 국정감사까지 공언해 놓고도 한나라당 미디어렙법안에 손을 들어줬다. 이럴 거라면 왜 시민사회단체들과 협의를 해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혹 이종매체 간 광고판매(크로스미디어 판매) 허용을 막은 것으로 공치사를 하려 한다면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이번 타협이 불러올 방송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의 훼손에 대해 국민들은 분명하게 심판할 것이다. 특히 원칙을 지키지 못한 민주당에 가혹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민주당은 당장 타협안을 백지화하고 미디어렙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은 허용될 수 없으며, 방송사의 미디어렙 지분 소유는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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