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학교폭력, 학생인권조례가 근본 대책이다 |
대구 중학생 투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문제가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다. 제2의 도가니 사태라 할 만하다. 엊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지에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어제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열려 대책을 논의했다. 마치 금시초문이라는 듯 부산을 떠는 대통령이나 국가기관이 께름칙하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근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논의 결과 교육감 공동성명도 나오고 교육부도 두 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놨다. 내용은 대체로 학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이다. 제대로 적발하지 못하고, 드러난 경우에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서 악화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피해자 신고와 삼자 고발을 장려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며, 부실처리한 학교에 행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그 결과다. 결국 가해자를 엄격히 격리해 해결하자는, 사후처벌 강화 방안이다.
그러나 사후처벌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동안 처벌 수위를 계속 높여왔지만 학교폭력은 악화되기만 했다. 지난해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높였지만, 친구의 피해를 알고도 알리지 않은 학생은 2009년 56%에서 2010년 62%로 늘었다.(청소년폭력예방재단 조사) 2007년엔 35%였다. 직접피해자는 열 명 가운데 단 두 명만이 신고했다. 벌칙 강화와 엄격한 시행에 앞서 예방교육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핵심은 인권교육이다.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어떤 신체적 정신적 왜곡을 가져오는지 가르치고, 역할극 등을 통해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성적, 체력, 빈부 등에 따른 차별과 배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론 경쟁의 정글이 되어 탈락자를 양산하는 지금의 학교체제에선 인권교육 역시 한계가 있다. 힘과 질서에 복종하고, 소수자와 약자를 배제하고, 다름을 거부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한 실마리가 학생인권조례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입장 바꿔 생각하도록 하고, 위반자는 자율 규제한다면 폭력은 크게 줄 것이다. 문제는 교과부다.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조례마저 폐기하도록 온갖 꼼수를 부린다. 그러고도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고 있으니, 위선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