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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30 20:22 수정 : 2011.12.30 20:22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애도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남쪽 현 정권과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거친 표현의 강경한 성명을 어제 내놓았다. 17년 전의 ‘조문파동’ 때와는 달리 남쪽이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조의를 표명하고 한정적이나마 조문도 허용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진전을 기대했던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북한의 이번 조처는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남북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모른체하고 있는 까닭이다. 남쪽마저 같은 차원의 맞불을 놓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북 국방위원회 성명은 남쪽 정부의 조문 규제에 대해 분개하고 있지만 조의 표시와 민간조문 허용 자체는 일단 ‘유연’한 대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북이 이 유연성을 북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강경이라는 진짜 속내를 감추는 ‘술수’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청와대 고위관계자 발언이나 보수단체 움직임, 군 경계태세 강화, 그리고 북 지도부와 인민 분리대응 등을 그 증거로 들이밀고 있다. 북쪽의 이런 대응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4년간 신뢰관계가 깨질 대로 깨진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면 혹시라도 북을 자극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다. 남쪽 대응에 현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의 대응 역시 한쪽 면만 보는 단견일 수 있다. 남쪽 정부의 이번 대응은 계산된 술수라기보다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쪽 내부의 이견을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나온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었다. 극단적인 수구세력의 돌출행동 역시 자유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탈이다. 이를 빌미로 북이 대화의 문을 닫아거는 강경자세를 보이는 것은 북의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새 후계체제 다지기용 시간벌기일 수는 있겠으나, 전략부재의 국면회피용이라는 인상을 주고, 남쪽 차기 정권과의 관계마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성명은 “그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며 이를 “자신감을 가지고” 선포한다고 했지만, 외부에는 오히려 그 반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어떤 변화도 득이 될 경우 수용하겠다는 여유를 보이는 게 진짜 자신감이 아닌가. 남북 모두 진정성과 자신감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서로 손을 내미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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