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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권 논란, 국민 피해 없게 조정하라 |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논란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경찰청이 지난 1일부터 시행중인 수사실무지침에 따라 대구 수성경찰서 등 전국 여러 경찰서가 검찰의 내사 지휘 사건의 접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은 지난해 12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대통령령이 제정될 때부터 익히 예상되던 바다. 그러나 양쪽의 논란이 정치공방 단계에서 이제는 현장에서 두 기관이 맞부딪치는 상황으로 비화하면서, 그 피해가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당장 건설피해보상금 횡령 의혹 등 일반 민생 관련 진정 사건에 대한 검찰의 내사 지휘를 경찰이 거부함에 따라 사건 처리가 지장을 받게 됐다. 경찰청은 대통령령을 엄격하게 해석해 내사 단계에서의 검찰 지휘는 사실상 거부하는 내용으로 수사실무지침을 만들어 일선 경찰에 내려보냈다. 검찰은 일단 이 지침에 대한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으나 경찰이 지침을 고수할 경우 현장에서 두 기관 사이에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애초 경찰의 수사 개시권과 진행권을 공식화하는 취지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했으나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다시 검찰이 종천처럼 경찰 내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갈등이 재연됐다. 경찰의 이번 지침은 내사권을 자신들의 분명한 권리로 못박겠다는 반격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수사권 갈등이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것은 검찰과 경찰 중 어느 곳도 국민이 신뢰할 만한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 각종 비리 사건이 터져나오면서 과도한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 역시 최근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에서 보듯이 청와대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수사권을 넘겨받을 자격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는 상황이다. 두 기관 모두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수사권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든 얼마나 달라지겠느냐는 게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수사를 제대로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쪽이 더 많은 권한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당장 닥친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양쪽은 대통령령에 따라 설치하기로 한 수사협의회를 즉각 열고 더는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수뇌부가 책임지고 조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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