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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혹한 복지급여 환수로 겨울을 더 춥게 해서야 |
저소득 빈곤층이 정부에서 받는 복지급여가 깎이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복지급여 서비스 확인조사를 토대로 부정수급자를 적발한 뒤, 올해 지급하는 복지급여에서 부당 급여분을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날아든 정부의 통지문에 서민들의 겨울은 한층 춥고 서러울 수밖에 없다.
급여가 깎인 수급자들의 사연은 안타깝고 안쓰럽다.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남성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짬짬이 날품팔이를 해 한해 동안 번 40만원이 문제가 됐고, 20대의 장애인 대학생은 휴학 기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 때문에 몇달치 월급여가 47만원에서 17만원으로 줄어들게 생겼다고 한다. 가뜩이나 쥐꼬리만한 정부 지원금이 형체를 찾기 어려워진 셈이다. 정부가 확인조사를 벌인 복지급여는 기초생활보장비, 의료비,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보육료 등 모두 10가지라고 하니 환수 대상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서비스 확인조사의 이유로 드는 복지예산의 효율화는 필요한 일이긴 하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행정의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효율화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손을 정부가 매몰차게 걷어차는 꼴이 될 수 있다. 복지부는 민원이 속출하자 노인과 장애인, 학생의 일용소득에 대해 6개월 동안 공제해주는 보완책을 마련했으나,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한 듯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복지지출 규모가 너무나 작은 데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9%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인 19%와 견주면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론 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호하기가 애시당초 어렵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의 심화 등으로 사회복지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환수금 공제 대책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그 대상을 넓히는 등 저소득 빈곤층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주는 것이 옳다. 아울러 좀더 적극적인 복지재정 확대 방안을 마련해 후진국 수준인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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