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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05 19:08 수정 : 2012.01.05 19:08

서울시교육청 주변이 소란스럽다. 시의회가 의결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라는 단체의 시위가 잇따르더니, 조속히 공포하라고 촉구하는 맞불시위까지 벌어진다. 이 볼썽사나운 사태의 1차 책임은, 마땅히 해야 할 공포를 미적거리는 교육청에 있다. 교육감이 수감중인 상황에서 재의 요구를 재촉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압력도 문제지만, 학생인권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수구언론과 교원단체의 부채질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착잡한 것은 이들이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조장한다며 부리는 억지다. 인권조례 제정 1년차인 지난해 경기도교육청 관내에서 드러난 학교폭력은 2014건으로 2009년보다 54.1% 늘긴 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인권조례 공포와 함께 각급 학교에서 상담을 강화하면서 숨겨져 있던 일들이 대거 드러난 결과였다. 문제 삼을 게 아니라 평가해야 할 일이다. 학교폭력이 추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피해학생은 물론 학교까지도 쉬쉬하며 숨기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상담활동이 강화됐던 2007년 학교폭력 건수는 2006년보다 갑절 이상 많은 8444건이었다.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한 대구의 경우 인권조례 제정이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 곳이다. 학생을 인권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억압적 분위기가 오히려 극단적 폭력을 조장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반면 경기도보다 1년 앞서 인권조례에 해당하는 자치규약을 제정한 용인 흥덕고는 이후 흡연·폭력이 크게 줄었다. 2년 전부터 체벌 대신 상담을 강화한 시흥 장곡중학교의 경우 학교폭력이 1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고, 지난해엔 거의 사라졌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에게 방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배우고 실천하며, 서로를 존중하도록 하는 헌장이다. 자치와 참여를 통해 스스로 규율하도록 하는 규범이기도 하다. 인권조례에 따르는 학생지도 방안의 뼈대 역시 상담과 자율규제다. 폭력의 경우 학교별로 구성되는 자치위원회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조처를 결정한다. 교사들로서는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정글 같은 경쟁교육 속에서 아이들이 그나마 급우를 돌아보고 배려하는 유일한 안전판이다. 인권유린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인권조례는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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