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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은 뻔뻔한 수신료 단독처리 중단하라 |
<한국방송> 수신료(시청료)는 흔히 준조세로 불린다. 1994년부터 한국전력의 전기료에 통합돼 99% 징수율에 한해 6000억원 가까이 걷힌다. 왜 국민들은 군소리 없이 한달에 2500원씩 수신료를 낼까. 수신료로 경제적 기초를 마련해야 한국방송이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수신료는 국민이 공영방송에 보내는 신뢰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바로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이 그제 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과 함께 기습적으로 단독 처리한 수신료 인상 소위 구성안은 용납될 수 없다. 여야 협의를 무시한 절차상 잘못도 클뿐더러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정략적 행위에 불과하다. 수신료를 지금보다 1000원(40%) 올리는 일은 공영방송의 전제조건인 공공성이 확보돼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한국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라 불릴 만큼 관제방송으로 변질의 길을 걸어왔다.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적 공론 형성의 책무는 뒷전에 내팽개쳐졌다. 지난해 초 한국방송 새노조가 내부 기자와 피디 13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정성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94%에 이른 것은 단적인 증거다. 한국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에 혈안이 돼 민주당 원내대표실 도청 의혹, 민주당 대표 경선 토론회 생중계 취소 등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비정상 상태에서 수신료를 인상할 수 없다. 아울러 경제난으로 힘겨운 국민들의 삶에 주름살을 더하는 것이어서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될 사안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의식해 한국방송의 요구를 수용했다. 게다가 수신료 인상은 한나라당이 온갖 특혜를 주려고 안달하는 ‘조·중·동’ 종편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수신료가 올라 한국방송이 광고 의존도를 낮추면 한국방송으로 들어가던 방송시장의 광고 물량이 종편으로 옮아가는 풍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명분도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수신료 인상안을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또다시 도둑질하듯 단독 처리할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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