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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봉투 관련자들 ‘고해성사’하고 정치 떠나라 |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의 파장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현직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과거 전당대회나 공천 과정에 있었던 또다른 금품살포 주장도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의 오래된 종기가 곪아터진 것인 만큼 이번 기회에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검찰 수사가 어떤 성역도 없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물론 수사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고 의원이 어제 검찰에서 돈을 뿌린 후보자와 전달자를 진술했다고 해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당사자들이 딱 잡아뗄 경우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검찰의 확고한 의지와 주도면밀한 수사 기법이 요구된다. 행여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는 따위의 시시한 결론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길 바란다.
검찰 수사는 단순히 고 의원이 폭로한 사건 하나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2010년 7월 전당대회에서 1000만원을 뿌린 후보도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비례대표 의원 공천도 돈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매표와 매관매직의 관행이 매우 뿌리깊고도 넓게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로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모든 후보자들의 선거자금 사용 내역 등을 철저히 파헤칠 필요가 있다. 후보들이 쏟아부은 돈의 규모가 선관위에 써낸 액수의 수십배에 달한다는 것은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검찰 수사가 ‘요지경 전당대회’의 실상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고 적당히 봉합하는 선에서 끝날 경우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당사자들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고해성사하고 정치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실 이런 사안을 검찰로 가져간 것부터가 정치인들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너무나 비겁하다. 검찰에 불려가 추궁을 당하기 앞서 국민 앞에 잘못을 털어놓고 사죄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다. 그것이 그나마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 그리고 국민적 불신의 늪에 빠진 정치권 전체를 조금이나마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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