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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FTA, 국내 의견수렴 절차가 먼저다 |
중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협상 개시에 필요한 국내 절차에 곧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과의 협정 체결 과정에 비춰보면, 정부가 국내외 파급 영향을 엄밀하게 고려하지도 않고 또다시 졸속으로 협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정부가 중국과 협정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교역규모는 유럽연합과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런 중국과 협정을 맺어 교역 장벽을 낮추면 수출에 큰 활력이 된다. 외교안보적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협정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나아가 ‘평화의 번영의 동북아공동체’를 구축하는 발판으로 협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기대효과만큼이나 난관과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또 중국과의 협정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맺은 대외 통상조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 영향이 크다. 특히 중국에 대한 농산품시장 추가개방은 유럽연합, 미국과의 협정만으로도 고사 위기에 놓인 국내 농업의 기반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이는 식량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
중국과의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유일한 나라가 된다. 거대 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이명박 정부의 통상전략이다. 동시에 이는 우리 경제와 사회를 대외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도박이기도 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 이후 세계 각국이 대외 변수에 대한 방화벽 구축으로 국민경제의 안정을 추구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이익과 피해를 보는 부문과 계층을 뚜렷하게 갈리게 한다. 즉 부문·계층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게 협정이다. 따라서 상대국과의 협상 개시 이전에 국내 의견수렴과 이해조정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법적인 정비도 되어 있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통상절차법이 그것이다. 대외 통상협상 과정에 국회의 감독과 개입 여지를 넓힌 통상절차법을 이번 한-중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제대로 적용하는 것도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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