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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희태 의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가 |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혐의를 잡아떼는 이유는 뻔하다.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순간 ‘윗선’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올 수 있으니 처음부터 모르쇠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뻔뻔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거짓말 행진의 정점에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을 방문중인 박 의장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국내와 연락을 하면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전략도 정하고, 필요하면 서로 말도 맞출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박 의장과 그의 측근들은 지금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박 의장은 국회의장실이 쑥대밭이 된 상황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외국 순방을 강행하고 있다.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는 게 ‘외교적 결례’라는 이유에서지만, 그가 지금 외국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창피’다. 내일모레 그 자리에서 밀려날지 모르는 한국 국회의장을 만나면서 상대국 대통령이나 국회의장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박 의장은 시간벌기 전략을 접고 하루빨리 귀국해 측근들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도록 하고, 자신도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사실 박 의장의 정치적 생명은 이제 다했다. 검찰 수사가 박 의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측근 몇몇을 기소하는 선에서 끝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곤경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칠수록 모습만 더욱 추해질 뿐이다. 박 의장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겠지만 정치권의 오랜 관행을 깨뜨리는 제단에 몸을 던짐으로써 정치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나름대로 값진 일이다. 박 의장의 깊은 성찰이 있길 바란다.
검찰의 임무는 더욱 무거워졌다. 검찰의 수사 대상은 단순히 고승덕 의원이 밝힌 ‘300만원’ 전달 사건을 파헤치는 데 머물 수 없다. 전당대회에 살포된 자금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잔금 내지는 친이계의 비자금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이런 의문을 속시원히 풀지 못하는 검찰 수사는 실패작일 수밖에 없다. 검찰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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