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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당 압승으로 이끈 대만 ‘햇볕정책’, 눈여겨봐야 |
엊그제 대만 총통·입법위원 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이 압승했다. 예상 밖의 국민당 압승은 대만-중국 양안관계 안정과 경제성장을 안겨준 대만식 ‘햇볕정책’에 대한 대만 국민의 지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로써 경제적 통합이 급속히 진행돼온 사실상의 양안 통일 과정엔 가속도가 붙게 됐다. ‘선경후정’(경제 우선 정치 다음), ‘선이후난’(쉬운 것 먼저 어려운 것 나중)을 앞세운 대만과 ‘이경제정’(경제로 정치 제압), ‘선양후요’(먼저 양보하고 뒤에 요구)를 내건 중국의 상호 실용주의가 만들어낸 이런 변화는, 소모적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의 남북관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번 선거일에 맞춰 중국 내 대만 기업인 20여만명이 국민당에 표를 몰아주러 일시 귀향한 사실은 인상적이었다. 중국에서 활동중인 대만 기업인 약 200만명의 10%에 상당하는 수라고 한다. 대만 유권자가 1800만명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다. 이들이 10%대를 넘기기도 한 최근의 대만 경제 성장 및 활성화의 핵심 기여자들이다.
2008년 출범 뒤 군사·안보 긴장을 줄이고 경제 살리기를 우선한 마잉주 정권은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해 경협을 지원했다. 통상·통항·통우(체신)의 ‘대3통’을 성사시켰고 중국인 개인의 대만 관광까지 허용했다. 적어도 경제적으로 양안은 이미 통합됐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양안관계 안정과 경제효과가, 마잉주가 득표율 51.6%로 차이잉원을 6%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지역구 79석 가운데 국민당이 48석(민진당 27석)을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민진당 득표수도 적지 않았다. 이는 양극화로 소외당한 사람들의 울분과 중국으로의 흡수통합을 우려하는 민심의 반영이다. 하지만 변화를 바란 약 80만명의 이번 선거 첫 투표 연령층조차 예상을 깨고 야당에 몰표를 던지진 않았다. 양안 및 대만 내부 갈등 심화로 어려웠던 2000~2008년 민진당 집권 때의 경험이 작용했을 터이다.
평화협정 논의조차 뒤로 미뤄버린 양안의 경제우선 실용주의 접근이 공산당과 국민당의 오랜 유혈항쟁의 날 선 기억마저 누그러뜨리면서 상생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환경이 달라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순 없지만, 본격적인 햇볕정책을 먼저 시작했던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많은 대만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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