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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삭줍기 아닌 ‘대안과 비전’으로 수권역량 보여라 |
어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이로써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중심의 한나라당에 맞서 4·11 총선과 12·19 대선을 이끌 지도부를 일단 구축하게 되었다. 앞으로 여야 간 정책과 노선, 세력 재편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명숙 대표 체제는 시민의 손으로 뽑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여만명의 시민과 당원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세계 정당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바탕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수권야당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모바일 열풍’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한명숙 체제의 책임과 과제는 엄중하다. 시대정신과 시민의 열망에 맞추어 ‘실망과 좌절의 낡은 정치’를 갈아엎고 ‘희망과 전진의 새 정치’를 일궈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철저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만 기대는 이삭줍기 정치의 한계는 너무나 분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이다.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당시 후보조차 내지 못함으로써 시민으로부터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밝혔듯이 민주통합당은 열린 정당, 소통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돈봉투 사건이 상징하는 돈정치, 자기 사람 심기의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시민참여를 활성화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공천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의 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4·11 총선 공천에서 변화와 개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시민의 열기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총선, 대선에서 진보정당과 통합·연대하는 것도 집권을 위해선 꼭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에 맞는 국리민복 정책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금융위기 속에서 심화한 민생의 피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20 대 80’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1 대 99’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빈부격차는 확대되었고,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한 대표가 밝힌 생활정치, 경제민주화, 역동적 복지국가의 구상은 어떻게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교육, 의료, 복지, 고용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 하는 대안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실행예산과 일정이 담긴 공약을 매니페스토로 발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책 없는 강경정책으로 파탄 난 대북정책의 조정도 시급하다. 포용정책을 기반으로 하되 투명성과 상호성을 보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 선출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어깨는 무겁고 할 일은 많겠지만 시민의 기대가 큰 만큼 축하와 함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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