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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부된 영화 ‘강정’, 제2의 도가니가 두려웠나 |
제주 강정마을에선 지난 10일 기도중이던 수녀·수사들과 율동을 하던 어린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당했다. 바로 그날 서울에선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잼다큐 강정>의 인디플러스(독립영화 전용관) 개봉이 불허됐다. 인디플러스 운영위원회가 상영하기로 심의·결정한 것을 소유권자인 영화진흥위원회가 거부한 것이다. 강정마을의 진실은 그렇게 철저하게 유폐되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 피디수첩 기소, 쥐 그림 기소 등에서 드러난 터이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 정권의 두려움은 강정마을에서 극단에 이른 듯하다.
<잼다큐 강정>은 감독 8명이 제작한 강정마을 100일간의 기록이다. 이들은 재능기부와 함께 카메라 등을 팔아 제작 경비를 대기도 했다. 배급도 공적 기구에 맡기고, 수익과 저작권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는 등 사회적 제작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했다. 여기에 감독들은 저마다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해,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올해의 독립영화인’ 상을 수상한 것은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부산영화제 등 유수한 영화제에 초청을 받는 등 영화적 의미도 컸다. 그런 영화가 공공의 스크린에 올려질 수 없으니, 이 정부와 영진위의 반문화주의가 놀랍다.
독립영화는 상업성을 배격한다. 그래서 영상, 언어, 해석 등에서 상업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예술과 미디어로서 영화의 지평을 넓혔지만, 권력과의 관계에선 갈등하곤 했던 건 그런 까닭이다. 이 정권은 출범할 때부터 독립영화에 거부감을 보였다. 지원 예산을 축소하고, 영화계에 맡겼던 전용관을 영진위가 회수했다. 문제적 영화에 대한 자기검열을 은연중 요구한 셈이고, 그것이 이번에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제2의 ‘도가니’ 사태가 걱정됐던 것일까. 사실 제주 해군기지 문제엔 그렇게 비화할 소지가 많다. 정부의 기만으로 공동체가 분열·해체되고, 국가가 폭력으로 주권자들을 가두고 내쫓고, 권력과 자본의 탐욕이 생명을 파괴하고 평화의 꿈을 짓밟고, 그 모든 것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곳이 강정마을이다. 그래서 수녀의 기도, 아이들 춤까지 막았는지 모른다. 방송, 인터넷, 벽그림 그리고 이제 영화에까지 미친 억압, 하지만 그건 결국 제 눈만 가리는 짓일 따름이다. 눈먼 정권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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