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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천개혁 핵심은 시민참여 확대와 객관적 배제기준 |
여야 정치권의 초점이 4·11 총선 공천 문제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어제 25%의 현역의원을 사전심사를 통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시민의 열망을 반영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하위 의원들은 아예 공천 신청도 막겠다는 얘기다. 전체 지역구(245곳)의 20%에 대한 전략공천 방침과 자진 불출마를 선언한 8명까지 계산하면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은 5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도 당선 기자회견에서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 국민경선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전당대회에서 위력을 과시한 모바일 참여 열기를 공천 과정으로 끌어들여 대대적인 공천개혁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여야 모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을 반영해 공천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돈과 동원을 매개로 ‘선거꾼’이 활개치는 구시대의 정치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안철수 바람’과 시민후보인 박원순씨의 서울시장 당선,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참여 열기는 구시대 정치의 종언과 새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관건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17, 18대 국회에서도 40%를 넘는 물갈이를 단행했지만 변화와 개혁은커녕 구태 정치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단순한 물갈이 폭의 확대로 새 정치가 가능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공천개혁을 위해선 시대정신에 따라 지역구 경선까지 모바일 투표, 오픈 프라이머리 등 시민참여 폭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 필수다. 그 과정에서 난점으로 제기되는 주소 확인 등의 문제는 당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다. 당원 중심으로 경선을 치를 경우 예상되는 기득권 세력의 온존 가능성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장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전략공천이든 경선이든 구태 정치인을 사전에 걸러낼 합리적 배제기준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각 당의 지향점이 다르다곤 하지만, 국회 공직후보자청문회에서 단골 배제 사유로 부각된 세금포탈, 병역회피, 위장전입, 다운계약, 논문 표절 등의 기준을 빌려올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제도가 함께하지 않는 개혁은 실패하기 쉽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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