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용산참사 3년, 수감자 석방하고 재발방지법 만들어야 |
오는 20일은 용산참사 3주년이 되는 날이다. 망루에 치솟던 시뻘건 불길과 “사람이 있다”는 고함소리가 어제 일처럼 귓가에 생생할 정도로 사건의 충격은 우리에게 짙게 남아 있다.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을 잃고 뒤늦게 대책을 세운다고 요란했지만 지금껏 달라진 건 별로 없다. 귀한 생명까지 앗아가면서 철거를 서둘렀지만 서울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일대는 여전히 허허벌판이다. 당시 구속된 철거민 8명은 징역 4년~5년4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채 아직도 차가운 감옥에서 꼬박 3년째 묶여 있다.
정부는 설을 앞두고 생계형 민생사범 4000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지만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반인권 정권, 철면피 정권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용산참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정부의 책임이 큰 사건이다. 세입자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 놓고, 이에 항의하던 철거민들을 사전 대비도 제대로 않은 채 무모하게 진압하다 아까운 생명을 잃게 한 게 이 사건의 본질이다.
법률적으로 따져봐도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을 숨지게 했다는 확정판결 내용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제대로 준비도 않은 채 진압을 밀어붙인 경찰 지휘부의 법적 책임은 없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국가인권위가 당시 경찰 지휘부에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법치주의에 심대한 장애가 발생한다”며 사실상 기소를 요구했음에도 후속 조처가 없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당시 무모한 진압을 지휘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처벌하기는커녕 참사 얼마 뒤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영전시킨 일이다. 한 술 더 떠 최근에는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10개월 만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니 임명권자나 당사자 모두 얼마나 낯두꺼운 사람들인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에서만도 북아현동·상도4동·명동 등 곳곳에서 아직도 용역과 세입자들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참사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만든 강제퇴거금지법안은 국가와 지자체의 강제퇴거 예방과 원주민 재정착 권리 보장, 퇴거과정의 폭력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을 통과시키고 수감중인 용산 철거민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