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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석패율 제도 도입, 문제점 고려 신중하게 해야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가 지역구도를 타파한다는 명분으로 4·11 총선에서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석패율 제도는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해주는 방법이다.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영남에서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아주 없는 제도는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낸 개정안을 보면, 각 정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가운데 2명 이상을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 넣고, 이들 가운데 10% 이상 득표를 한 사람을 당선인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도별로 국회의원 당선인 수가 해당 시·도 지역구 수의 3분의 1에 미달하는 곳으로 제한했다. 이렇게 되면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대구·경북에서 민주통합당 의원이 나올 수 있다. 두 당이 석패율제 도입에 합의한 것도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석패율 제도만으로 지역구도를 개선하자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개선 효과는 미미하고 부정적인 면만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우선 비례대표 정수를 늘리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석패율 제도 도입은 계층·직능 대표성은 있으나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어려운 정치인을 육성한다는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자칫하면 두 거대 정당 중진의원들의 낙선을 예방하는 보험장치로 활용될 수도 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두 당의 석패율제 합의가 여야의 정치적 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이런 우려의 표현일 것이다.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표가 사표로 버려지지 않는 것일 게다. 여야의 선거법 개정 방향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현행 제도는 3% 정당득표율이나 5명 이상의 지역구 당선자가 나온 정당만 비례대표를 배분받을 자격을 준다. 예를 들어 2%의 득표를 하면 득표율에 상당하는 비례대표(54명 정원) 1명을 배분받는 것이 옳다. 그러나 배분 대상에서 원천배제되는 게 현실이다. 사표를 조장하는 법의 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야는 공급자인 정당의 관점이 아닌, 소비자인 유권자의 관점에서 선거관계법 개정에 임해야 한다. 두 거대 정당의 이해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밀실 합의로 선거법을 개정하려다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과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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