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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26 18:48 수정 : 2012.01.26 18:48

한나라당 비상대책위가 어제 전체회의에서 당명 개정을 결정했다. 비대위는 오늘부터 사흘간 국민 공모로 새 당명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 뒤 새달 10일까지 선관위에 새 당명을 등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로써 민주자유당(민자당)에서 시작돼 신한국당을 거쳐 오늘에 이른 한나라당은 15년 만에 또다시 새로운 문패를 달게 된다.

한나라당이 당명을 바꾸기로 한 것은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으로는 정치적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명 개정에 걸맞은 알맹이의 변화가 있느냐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당명의 방향으로 대표정당으로서의 의연함, 개혁 의지, 20~40대의 감성적 공감대, 정책 소통 등을 잘 표현해주는 이름을 제시했으나 이런 기준을 충족시킬 만큼 당이 변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속 내용물은 그대로 놓아둔 채 포장지만 바꾸는 속임수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명 개정의 허구성은 오늘로 출범 한달째를 맞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성적표를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를 맡아 출범한 비대위는 20대 벤처기업인을 포함한 파격적인 비대위원 영입,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 등으로 초기에는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놓은 결과물을 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현역의원 25% 공천 배제, 신용카드 수수료 및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 나름의 성과도 없지 않으나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라는 구호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한나라당의 정책 기조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개혁정책이 줄줄이 제동이 걸린 데서도 확인된다. 유통산업 등에 대한 재벌의 문어발식 진출을 막는 방안은 내부 반발에 부닥쳐 흐지부지 돼버렸고,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문제도 ‘보완’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핵심을 비켜갔다. 오히려 지난 한달 동안 한나라당은 친이계 핵심실세 용퇴론, 정강·정책에서의 보수 용어 삭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소모적인 당내 갈등 양상만 보였을 뿐이다.

쇄신의 요체는 국민 감동이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의 쇄신 노력에는 감동이 결여돼 있다.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낼 본질적인 변화를 외면한 채 간판만 바꾸면서 유권자의 호감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음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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