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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27 19:00 수정 : 2012.01.27 22:55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소문이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며 자신의 퇴임이 “방통위가 외부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며 부당한 공격이라는 얘기다.

최 위원장의 이런 해명은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민의 더 큰 분노만 자아낼 뿐이다. 그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매우 구체적이다. 그의 측근인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은 <교육방송>(EBS)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정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이 보좌역 한 사람만 바라보고 그런 거액을 주었을까.

또 그저께는 최 위원장이 2009년 정 보좌역을 통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에게 500만원씩의 돈봉투를 돌렸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더욱이 공교롭게도 돈봉투를 건넨 시점이 ‘조·중·동’ 종편의 탄생 계기가 된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직후라고 한다. 이런 탓에 돈봉투가 ‘입법 답례’ 뇌물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된 상태다. 이런 비리 의혹들은 최 위원장의 사퇴로 어물쩍 덮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벌여 그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그의 방통위원장 4년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뒤 ‘방통대군’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다.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양심적 언론인들을 내쫓고 ‘친엠비(MB)’ 인사를 앉혀 방송을 장악했다. <피디수첩> 등 정권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은 여지없이 탄압했다. 일자리 2만개 창출, 여론 다양성 같은 갖은 거짓말로 조·중·동에 종편을 안겨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여론 획일화를 불러온 당사자가 그다.

최 위원장이 총지휘한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후퇴를 거듭했다. 개인비리 의혹을 넘어 대한민국의 언론과 민주주의를 어지럽힌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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