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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29 19:03 수정 : 2012.01.29 19:35

엊그제 재능교육 해고 노조원들이 천막농성 1500일째를 맞았다. 용역 깡패의 폭력과 성희롱, 회사 쪽의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가압류 따위에 맞서 노숙 농성, 1인시위, 삭발, 단식, 불매운동으로 점철된 날들이었다. 이제 이들은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화물운송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등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통과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네번째 겨울이 지나고, 네번째 봄날이 오기 전까지, 노동자임을 인정받고 싶다는 이들의 소박하면서도 절박한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회사 쪽은 그동안 해고 조합원에 대한 순차 복직, 위로금 지급 등 시혜적 조처를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조합 인정, 단체협약 원상회복 등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조처는 한사코 거부했다. 학습지 교사는 회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 없는 만큼 이들의 노동조합은 법이 정한 조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2005년 대법원 판결이 핑계였다. 하지만 1999년 노동부는 재능교육 교사들이 설립한 노동조합에 노조설립필증을 교부했다. 그때 노동부가 근거로 삼았던 계약 조건은 달라진 게 없다. 교사들은 매달 월급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고, 회사가 만든 교재와 커리큘럼으로 회사가 지시한 시간과 방법대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비록 외근 및 재량 근무를 하고, 업무 수행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지만 모든 노동시간은 사용자의 통제를 받는 것이다. 재능교육 노사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임단협을 갱신·체결해온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게다가 학습지 회사들은 교사들을 애초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1990년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 비용을 줄이고, 조직 관리를 효율화하고, 노조의 집단행동에 효과적으로 대비한다는, 순전히 회사 쪽 필요에 따라 위탁계약제로 바꿨을 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 형태만 다를 뿐, 임금이나 보수, 고용의 안정성 등에서 일반 노동자보다 더 열악하다. 그만큼 더 법의 폭넓은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다.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도 이들의 노동자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만, 해석에 문제가 있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공정거래의 틀 안에서 보호하자거나, 단결·교섭권만 부여하자는 논의가 있지만, 그건 이들의 형편만 더 불리하게 할 뿐이다. 입법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태도다. 재능교육이 교사들의 바람을 조속히 수용해,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희망의 새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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