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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도 서울시 ‘뉴타운 재구상’ 적극 협조해야 |
박원순 서울시장이 엊그제 발표한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토지소유자 중심이던 뉴타운 사업을 거주자 중심의 주거복지 차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박 시장 구상의 뼈대이다. 뉴타운 사업의 이해관계자들한테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의 숱한 폐해를 직시한다면 대대적인 수술작업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다만 서울시의 노력만으로는 이미 난마처럼 얽혀버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치권과 정부도 근본적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뉴타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때 씨를 뿌린 대규모 도시개발 방식이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무분별한 공약을 쏟아내면서 뉴타운 사업지가 우후죽순처럼 불어났다. 도시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나 실제로는 개발이익을 기대하는 땅소유자한테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성 위주의 마구잡이 개발을 초래했다. 삶터를 잃은 세입자와 영세상인들은 생존 위기로 내몰리고, 원거주자의 20% 미만이 완공된 뉴타운에 입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은 수도권의 전체 서민에게까지 피해를 끼쳤다. 동시다발적 개발로 집단이주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전세난을 가중시킨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의 장기침체로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조합원들끼리 분쟁과 소송에 발목이 잡힌 사업장이 한둘이 아니다. 법적 다툼 등에 따른 사업 지연은 조합원 분담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의 이자부담 증가 등으로 다시 사업성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곪아 터지기 직전인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 구조조정에 나서려면 당장 부닥치는 골칫거리가 지금까지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며 들어간 비용(매몰비용)의 처리다. 서울시는 뉴타운 추진위원회가 해산할 경우 법정비용의 일부를 함께 보전해주자고 정부에 요구했으나 국토해양부 쪽 반응은 부정적이라고 한다. 뉴타운은 민간사업이어서 국비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입자 주거권 보장을 강화하자는 서울시 요구도 마찬가지 이유로 거부했다.
국토부의 이런 태도는 박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시비를 거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토부 주장대로라면 뉴타운의 기반시설 건설비를 국고로 지원하고 개발이익 환수제도 대폭 완화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연말 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 당장 폐기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대통령과 집권정당이 씨뿌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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