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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박한 시대적 과제인 ‘양질의 일자리’ 정책 |
민주통합당이 차기 정부 말인 2017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을 지금의 50%에서 25%까지 낮추는 것 등을 뼈대로 한 노동개혁 정책을 어제 발표했다. 비정규직 대책을 중심으로 오는 4·11 총선뿐 아니라 12월 대선까지 겨냥한 노동분야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마침 한나라당도 엊그제 발표한 당의 새로운 정강·정책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전환 노력을 중요 과제로 제시했다. 두 당이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낼 것인지 유권자들은 주의 깊게 따져봐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 고용정책의 바탕이 돼온 ‘유연한 노동시장’ 정책은 심각한 폐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해고 위협은 상시화했고,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악화일로를 거듭했다. 그나마 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저임금의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노동 유연화의 대표적 희생자가 바로 2011년 8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49.4%(노동계 추산)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32만5000원으로 정규직(272만3000원)의 48.6%에 불과하다. 또 정규직은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률이 98%를 넘는 반면, 비정규직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2009년에 25.7%로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던 것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이제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고용정책의 기조를 ‘양질의 일자리’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1 대 99 사회’로 상징되는 불평등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현행 자본주의체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나쁜 일자리’는 일시적으로 고용지표를 좋게 만들지는 모르나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 통합력 제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비정규직 수당이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법제화,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일자리 대책이 실현되려면 더 많은 재정의 투입과 기업의 자세 전환 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이 문제를 단기적인 비용 차원에서만 접근할 경우 접점을 찾기 어렵다.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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