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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시중씨의 비리·부정 단죄, 이제 시작이다 |
현 정권의 부정부패는 거대한 광맥과도 같다. 아무리 파내도 끝이 나오지 않는다. 어제 터진 비리 의혹은 오늘의 새로운 비리 의혹에 덮여버린다. 비리 규모는 날로 커지고 내용은 갈수록 업그레이드된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자랑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맨얼굴이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수천만원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전 위원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지만, 2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돌려줬다는 친이계 의원의 증언은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돈을 받았다 돌려준 것으로 확인된 의원들만 지금까지 벌써 세 명이다. 양심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느라 바빴던 그가 뒤로는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돈봉투까지 돌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돈으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을 매수하려 한 게 사실이라면 도덕적 불감증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최 전 위원장의 비리 의혹은 사실 폭발이 예정된 시한폭탄과 같았다. ‘방통대군’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는 ‘만사형통’ 이상득 의원과 함께 현 정권을 이끈 쌍두마차였다. 음습한 돈은 비정상적인 권력에 흘러들기 마련이다. 그의 ‘양아들’ 격인 정용욱씨가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불거졌을 때부터 그 돈의 종착지를 놓고 뒷말이 많았다. 그는 방통위원장에서 물러남으로써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길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희망사항이다. 최 전 위원장이 저지른 불법과 부정행위에 대한 단죄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최 전 위원장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밝혀내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은 돈의 출처다. 대선잔금설, 당선축하금설, 국고 특수활동비설에다 정권 관리 차원에서 재벌들로부터 거둔 돈이라는 등의 숱한 관측과 분석이 난무한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국회의장 진영에서 뿌린 돈봉투와의 연관성도 주목된다. 최 전 위원장이 뿌린 돈봉투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 정권의 검은돈 뿌리에 닿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검찰은 “언론 보도로 의혹이 갓 제기된 단계여서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고 몸을 사리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발뺌이다. 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보여준 저돌적인 수사 자세는 어디로 증발했는가. 사건이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마당에 검찰이 딴청을 피우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최 전 위원장의 비리와 부정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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