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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1 19:19 수정 : 2012.02.01 19:19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을 올려 논란을 빚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재임용 탈락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대법원 쪽은 서 판사에게 ‘재임용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종합적인 근무평정 결과 때문일 뿐 ‘가카의 빅엿’ 등의 글로 물의를 빚은 탓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근무평정 자료는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서 판사의 근무성적이 얼마나 나쁜지, 다른 판사들과의 형평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미심쩍은 구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1988년 법관 재임용 제도가 도입된 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판사는 세 명뿐이다. 그렇다면 서 판사는 20여년 만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부적격 판사란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서 판사가 10년간의 법관 생활 중 페이스북 소동 말고 재판의 신뢰성이나 공정성, 성실성과 청렴성 등에서 큰 물의를 빚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재임용 부적합 결정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근무평정 결과를 ‘판사직 직무수행 불가능’으로 연결지을 객관적이고 계량화된 지표가 있느냐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근무평정 결과 자체도 객관성과 투명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자료다. 원천적으로 불완전한 근무평정 자료에 불명확한 잣대를 들이대 해고나 다름없는 재임용 탈락 결정을 내리는 것은 곤란하다.

셋째, 본인에게 소명 기회를 준다는 것도 요식절차에 불과해 보인다. 판사 부적합 사유를 조목조목 적시하지 않은 채 소명을 요구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라는 이야기와 같다.

이런 숱한 의혹 때문에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문제를 두고 보복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법관의 품위와 자질’ 문제를 강조한 것도 서 판사를 비롯해 이른바 ‘튀는 발언’을 한 판사들을 겨냥했다는 게 일치된 관측이었다. 게다가 서 판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을 두고 “불편하지만 잘 만들었다”는 언론 인터뷰까지 해 사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법원 수뇌부한테 ‘괘씸죄’로 찍힌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런 의혹들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으로 판사 재임용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대법원이 재임용 심사를 통해 부적격 판사를 가려내는 것은 좋으나 그 기준은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 제도를 무용지물로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남용도 곤란하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이 자칫 <부러진 화살>로 촉발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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